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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인은 왜 '인스턴트커피'에 빠질까
    머니데이트 사회 2014. 9. 16. 11:40

    6.25 이후 주한미군 통해 소개, 우리의 '빨리 빨리' 특성과 맞아

    원두커피 가루 5%가량 섞은 프리미엄 인스턴트 인기

    전문점 커피보다 카페인 적지만 쉽게 자주 마셔 과잉섭취 위험

     

     

    주한 러시아공사 카를 베베르가 고종 황제에게 커피를 권한다. 명성황후가 시해된 을미사변 후 러시아 공관에

     

    약 1년간 머문 고종은 원두커피를 마시며 위안을 받았을 것이다. 1896년 아관파천 때 일이다. 고종은 우리나라

     

    최초로 커피를 마신 인물로 알려져 있다.

    고종이 커피를 마신 지 118년이 지난 지금, ‘커피공화국’이라 불릴 만큼 우리는 커피를 즐겨 마신다. 커피 소비

     

    의 일등공신은 원두커피가 아닌 커피믹스로 통하는 인스턴트커피다. 우리나라는 원두커피가 아닌 인스턴트커

     

    피 매출이 73%(1조3,000억원)나 되는 특이한 시장이다. 국내 원두커피 매출은 10.8%에 불과하다.

    대세로 떠오른 인스턴트원두커피

    최근 인스턴트커피에다 원두를 5%가량 섞은 인스턴트원두커피가 새로 뜨고 있다. 국내 인스턴트커피 시장의

     

    83.9%를 차지하는 동서식품이 2011년 선보인 인스턴트원두커피 ‘카누’가 지난해까지 누적판매량 6억 잔을 기록

     

    했다. 인스턴트원두커피 시장규모가 올해 1,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인스턴트원두커피가 급성장한 이유는 뭘까.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지난 7월 주

     

    1회 이상 인스턴트원두커피를 마시는 8대 광역시 20~50대 남녀 500명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0%가 ‘커피

     

    전문점을 이용하기 보다 간편해서’라고 했다. 20대 응답자의 경우 ‘커피전문점보다 값이 싸서’라는 응답이 다른

     

    연령대보다 높았다. 1일 1회 이상 인스턴트원두커피를 마시는 사람의 비중은 65.6%에 달했다. 1일 2회 이상 마

     

    신다는 응답자 비율도 41.4%였는데 특히 50대 이상은 48.8%를 기록해 커피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인스턴트원두커피를 마시는 시간대도 다양했다. 주중에는 출근 후 오전(21.7%)에 가장 많이 커피를 마셨고 식

     

    사 후(20.1%)에도 커피를 찾았다. 직장인들은 업무(17.8%)시에도 커피를 즐겨 마셨다. 주말에는 집에 혼자 있

     

    을 때(23.4%) 커피를 마셨다. 야외 활동을 할 때도 예외가 아니었다. 응답자의 18.8%는 야외활동 중 커피를 마

     

    신다고 했다. 주중 오전에 가장 많이 인스턴트원두커피를 즐기는 연령대는 20대로 응답자의 23.3%가 해당됐다.

     

    인스턴트원두커피를 즐기는 소비자들은 가격뿐만 아니라 맛을 중요시한다. 응답자의 42.0%가 인스턴트원두커

     

    피 구입 시 맛을 고려한다고 답했다. 특히 여성과 40대에서 맛을 고려하는 비중이 높았다.

    “식품공전의 ‘식품 유형’에 없는 용어”

    인스턴트원두커피 맛은 제품의 95%를 차지하는 인스턴트커피가 좌우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이 커

     

    피에 환호하는 것은 5%밖에 함유되지 않은 미세한 원두 가루가 커피전문점에서 마시는 원두커피 풍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인스턴트원두커피는 기존 인스턴트커피에 볶아 분쇄한 미세한 원두커피

     

    가루가 첨가된 것이다. 인스턴트원두커피를 마시면 찻잔 바닥에 원두가 남는데 물에 녹지 않은 원두커피 가루

     

    가 가라앉은 것이다.

    제조공법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인스턴트원두커피라는 용어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이다. 홍기영 인디커피

     

    대표는 “95% 인스턴트커피에 5% 원두커피 가루가 들어간 커피를 원두커피라고 홍보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

     

    설”이라며 “대중은 질 높은 원두커피를 마시는 것을 착각하고 있지만 설탕, 프림을 첨가하지 않고 향을 보강한

     

    인스턴트커피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한 커피제조업자는 “인스턴트원두커피는 사실 식품공전의 ‘식품의 유

     

    형’에 없는 용어”라며 “커피업체 마케팅에 의해 만들어져 시장에서 불리고 있는 용어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동서식품 관계자는 “인스턴트커피의 편리함과 원두커피의 맛과 향을 즐길 수 있는 장점을 최대한으

     

    로 살린 것이 바로 인스턴트원두커피”라며 “최고급 원두와 기술력을 통해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즐길 수 있는 커

     

    피를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페인 중독’에 쉽게 빠져들기도

    인스턴트원두커피 정체성도 문제지만 편리하게 마실 수 있어 빠져드는 카페인 중독도 간과할 수 없다. 식품의

     

    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의 하루 카페인 권장섭취량은 400㎎ 이하로 인스턴트원두커피에는 40~70

     

    ㎎ 정도 카페인이 함유돼 있다. 커피전문점 커피(아메리카노 기준) 1회분 평균 카페인 함량인 123㎎보다 낮지만

     

    간편히 마실 수 있어 카페인 과잉섭취 위험도를 무시할 수 없다.

    15년 차 회사원 김정미(38)씨는 “2년 전부터 건강을 생각해 커피믹스를 마시지 않고 인스턴트원두커피를 하루

     

    에 여러 잔 마시는데 카페인 함유량이 클 줄 몰랐다”며 “물처럼 마실 수 있어 즐겨 먹고 있는데 줄여야 할 것 같

     

    다”고 말했다.

    백유진 한림대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하루에 2, 3잔 정도 커피를 마시면 당뇨병, 췌장암, 천식, 두통, 간

     

    경화 등에 도움이 되지만 과하게 섭취하면 문제 될 수 있다”며 “커피 1잔만 마셔도 가슴이 뛰거나 잠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은 유전적으로 카페인이 맞지 않으므로 커피를 삼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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