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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규제 개혁 사례라는 ‘푸드트럭’ 실상
    머니데이트 사회 2014. 9. 22. 16:30

     규제 개혁 사례라는 ‘푸드트럭’ 실상 - 정부 말 믿고 투자…장사할 곳 없어 울상

     

    정부는 지난 9월 1일 대표적인 규제 개혁 사례인 ‘푸드트럭(Food Truck)’ 허용 지역을 기존 유원시설에서 도시

     

    공원·체육시설·관광단지·하천부지 등으로 확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막상 푸드트럭 관계자들은 정부 발

     

    표에 코웃음 치는 상황이다. “푸드트럭 허용은 빛 좋은 개살구로 대표적인 규제 개혁 사례도 아니며, 이번 확대

     

    정책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실효성을 거두기 힘들 것”이라는 냉소가 판친다.

    “정부 말만 믿고 전 재산을 털어 푸드트럭을 마련했는데, 막상 장사할 곳이 없어 암담한 상황입니다. 규제만 풀

     

    어 주면 뭐합니까. 정작 계약 당사자인 유원지 운영 업체들이 하나같이 계약을 거부하고 있는데. 괜히 덜컥 나

     

    섰다가 형편만 더 어려워졌습니다.”

    8월 초 푸드트럭 외식업을 하기 위해 트럭을 개조했다는 박동주 씨(가명·38)의 푸념이다. 박 씨는 지난 3월 정부

     

    가 푸드트럭 규제를 풀어 서민생활 안정을 적극적으로 돕겠다는 뉴스를 보고 푸드트럭 사업을 하기로 결심했

     

    다. 전 재산인 2200만원을 투자해 푸드트럭을 갖게 됐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트럭 개조는 행복한 미래를

     

    여는 문이 아니라 끝 모를 나락의 시작이었다. 장사를 시작해 파리 날리기는 차후 문제다. 아예 장사할 곳을 찾

     

    을 수 없었다. 백방으로 뛰어다녔지만 2주가 지나도록 그는 계약을 맺을 유원시설을 찾을 수 없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수십여 년간 불법 영역에 있던 푸드트럭이 양지로 나왔지만 ‘그저 그뿐’이라는 불만의 목소

     

    리가 높다. 영업장소인 유원시설이나 공원 측에서 허가를 해 주지 않을 경우 ‘말짱 도루묵’이 되기 때문이다.

    푸드트럭은 트럭의 내·외부를 개조해 조리시설을 갖춘 움직이는 식당이다. 일반적으로 자리가 지정돼 있는 노

     

    점상이나 포장마차와는 달리 다양한 장소로 이동이 가능하다는 게 특징이다. 주로 창업비용이 부담되는 서민들

     

    이 생계유지 수단으로 이용해 왔으나 최근까지 국내에서는 모두 단속 대상이었다.

     

     

    지난 3월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 민관합동 규제개혁 점검회의가 변화의 계기가 됐다. 한 스낵차 제작업체 대표

     

    가 푸드트럭 개조를 불법으로 규정한 규제를 풀어 달라고 호소했고, 박 대통령이 이에 화답하면서 급물살을 탔

     

    다. 이후 정부는 푸드트럭를 규제 개혁의 대표 아이콘으로 부각시키면서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정부는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기존 화물자동차에 푸드트럭, 즉 ‘이동용 음식판매 용도인 경우 0.5

     

    ㎡ 이상의 소형·경형차’를 추가하고 식품위생법에 유원시설 내에서 푸드트럭 영업을 허용하는 내용을 새로 포함

     

    시켰다. 또 푸드트럭의 경우 음식 조리를 위해 가스기구를 사용하기 때문에 기존의 액화석유가스법에 특별고시

     

    를 통해 시설 기준을 별도로 마련했다.

    이처럼 불과 5개월 만에 관련법이 모두 개정되면서 지난 8월 20일부터 푸드트럭은 합법의 영역으로 들어오게

     

    됐다. 

     

    .

     

    성급한 규제 완화로 문제점 속출

    효과 미미한데다 마땅한 대책 없어

    대중의 관심 높아 긍정적인 전망도

     

    정부의 장밋빛 전망과 현실이 괴리를 보이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영업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관광진흥법상 국내 유원시설은 에버랜드, 서울랜드, 롯데월드 등 종합유

     

    원시설업 37곳을 포함해 총 355곳이다. 이 가운데 규제개선추진단이 문화체육관광부에 의뢰해 전국 유원시설을

     

    전수 조사한 결과 푸드트럭 영업을 허가하겠다는 뜻을 밝힌 곳은 9곳, 실제 계약이 성사된 푸드트럭은 총 22대

     

    에 불과했다. 업계에서 신규 제작된 것으로 추정하는 푸드트럭 수가 200여대인 것을 감안하면 약 10%만 실제

     

    영업을 시작한 셈이다.

    당초 정부와 업계는 푸드트럭 관련 규제가 사라지면 6000여명의 신규 고용이 창출되고 푸드트럭 개조 산업 활

     

    성화(약 2000대 개조)를 통해 400억원의 부가가치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거의 결과물이 없었다 해도 과

     

    언이 아니다.

    유원시설 매출의 대부분이 발생하는 종합유원시설의 경우 이미 자체적으로 편의점이나 식당을 운영하고 있어

     

    굳이 푸드트럭을 들여놓을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에버랜드 측은 “아직 계약 요청이 들어온 곳은 없다. 푸드

     

    트럭이 합법화됐다고 해서 바로 허가를 내주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당장 기존에 영업 중이던 곳들의 수익에 타

     

    격이 있을 텐데 푸드트럭이 들어오는 걸 꺼리는 건 당연하지 않겠나”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민간 사업자인 유원시설 측에 계약을 강제할 수는 없지

     

    않느냐는 얘기다. 규제개선추진단 관계자는 “무작정 푸드트럭 개조에 나서기 전에 유원시설 측과 계약을 맺고

     

    사업을 해야 한다. 일단 푸드트럭만 있으면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생각에 개조부터 하고 보는 사람들을 모두 챙

     

    기기는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유원시설에 이어 도시공원·체육시설·관광단지·하천부지 등으로 영역을 확대하

     

    기로 한 데는 이런 어려움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장소를 확대한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유원시설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체육시설이나 관

     

    광단지에서 푸드트럭 허가를 안 내주면 모두 공염불에 불과하다. 특히 지역별 도입 여부나 시기 등 구체적인 사

     

    안에 대해서는 모두 지자체를 비롯한 관리 주체가 결정을 내리도록 해 책임을 방기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

     

    온다.

    더불어 정식 허가를 받은 외식업자나 노점상과의 형평성도 대두된다. 푸드트럭이 합법화됐지만 푸드트럭과 별

     

    반 다를 바 없는 노점상은 여전히 불법으로 남아 있는 상태다. 아직은 푸드트럭의 수가 많지 않아 잠잠하지만,

     

    앞으로 영향력이 커지면 경쟁 상대인 노점상들도 합법화를 요구하며 들고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제 푸드트럭

     

    영업장소가 훨씬 넓어진 만큼 노점상과의 한판 대결이 벌어질 가능성이 더욱 농후해졌다는 분석이다.

    정식으로 세금을 내고 영업하는 외식업체들의 반발도 거세다. 이근재 한국외식업중앙회 상임부회장은 “한 번

     

    먹어서 배가 부르면 다른 음식을 더 찾지 않는 것이 외식업의 특징이기 때문에 메뉴가 겹치지 않는다 해도 인근

     

    에서 영업하는 기존 업소들에 상당한 피해가 예상된다. 정부에서는 새로 푸드트럭을 하는 사람들 때문에 일자

     

    리가 늘어날 것이라고 하지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존 업소가 문을 닫으면 오히려 일자리가 줄어드는 셈”이

     

    라고 강조했다.

    푸드트럭이 위생과 안전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도 논쟁거리다. 푸드트럭은 이동하면서 영업하는 업종 특

     

    성상 보건당국에서 식품위생법 준수 여부를 점검하기가 매우 어렵다. 푸드트럭 운영자들이 자발적으로 찾아가

     

    검사를 받지 않는 이상 위생문제를 보장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푸드트럭 주 고객층이 어린이와 청소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엄격한 위생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안전도 관건이다. 푸드트럭은 일반 튜닝자동차와 달리 개조로 끝나는 게 아니라 차량 안에서 내열기구, 가스시

     

    설 등을 설치하고 조리를 하는 구조다. 여기에 지금까지 허용되지 않았던 푸드트럭의 LPG(액화석유가스) 설치

     

    도 가스안전공사의 승인만 받으면 설치할 수 있게 되면서 안전 위험성이 더욱 높아졌다. 실제 지난 8월 미국 필

     

    라델피아에서는 멕시칸 요리를 파는 푸드트럭 안에 있던 프로판가스 탱크가 폭발하면서 현장에 있던 사람들과

     

    행인들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산업부는 이번에 새로 마련한 ‘이동용 음식판매 화물자동차 내 LPG 사용시설에 대한 특례기준’을 통해 푸드트

     

    럭의 안전 유지와 가스 사고 예방에 만전을 기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가스 용기의 설치 수량이나 저장 용량

     

    등 설치 기준에 관한 것들이 대부분으로, 영업 중인 푸드트럭에 이를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에 대한 대책은 아직

     

    부실한 실정이다.

    다양한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지만 푸드트럭 개조에 대한 관심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푸드트럭 개조 전문업체

     

    두리원F&F 측은 기존에 하루 4~5통이던 문의전화가 최근에는 20통 가까이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개조 건수도

     

    월 2~3대 규모에서 4~5대 수준으로 늘었다. 푸드트럭에 대한 관심이나 수요는 충분하다는 얘기다.

    배영기 두리원F&F 대표는 “합법화는 됐지만 아직까지 제약이 많은 상태라 실제 창업 붐으로 이어지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하지만 한국은 길거리 음식 문화가 발달해 있고 해외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 푸드트럭의

     

    대중성은 충분히 검증된 것이기 때문에 향후 영업 입지는 점점 확대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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